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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즈 취재] 첫 장편영화 <들개> 발표한 김정훈 영화감독(경영 01) 인터뷰

2014-04-30l 조회수 9118

[동문이 뛴다]

영화는 메시지보다 정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첫 장편영화 <들개> 발표한 김정훈 영화감독(경영 01학번 졸) 인터뷰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생으로는 드물게 영화감독의 길을 걷는 톡득한 이력의 김정훈(32) 동문, 그가 지난 4월3일, 첫 장편 <들개>로 영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는 메시지보다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흥이나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자신의 영화철학을 이야기하는 그를 비긴즈 취재팀이 직접 만나보았다.

 

 

경영대 출신으로서 영화감독의 길을 내딛다

 

Q: 먼저 감독님의 첫 장편 <들개>의 개봉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오전 <들개>가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 약간 설렙니다. 상영은 비공식적으로 이미 몇 번 하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장편을 완성해서 상영한다는 것에 뿌듯함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의 꿈을 이루는 데 첫 단추를 끼운 느낌인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Q: 영화감독이라는 진로를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갖게 되신 건지요?

A: 어렸을 때는 그저 막연한 꿈이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막연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영화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어쩌면 나도 한 번 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Q: 영화감독이라는 진로를 결정한 순간부터 오늘 첫 장편이 개봉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A: 2008년도까지 회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영화 <이태원살인사건> 연출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올 때 까지 1년간 백수로 지냈는데, 그 때 많이 힘들었어요. 20대 후반, 이제 곧 서른이 되는데 백수로 지내는 것이 막막했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동기들 중 많은 이들은 이미 그때쯤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는데 나는 이렇게 영화하고 있어도 되나하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다행히도 그때 지원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둘 다 합격해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오게 되었습니다. 만약 둘 다 떨어지면 영화감독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 결심한 상태였죠.

 

 

Q: 영화감독이 되려면 보통 감독님과 같은 길을 거쳐야 하는 건가요?

A: 영화감독이 되는 길은 수만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영화 현장에 가서 연출부도 하고 현장 경험을 오래 해서 감독이 되는 경우가 한 가지, 그리고 자기 작품을 촬영해서 인정을 받는 경우가 다른 한 가지 방법입니다. 저는 그 중 후자를 택했고요. 일반적으로 아카데미에 들어가 장편도 찍고 영화감독 수업을 받아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선호되는 길입니다.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인정받으려면 상업영화를 촬영해야 해요. 영화계에서는 그걸 입봉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아직 상업영화를 찍지 못했으니 입봉을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Q: 감독님이 소속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어떠한 방식으로 미래의 영화감독을 배출해내는지 궁금합니다. , 이번 영화를 만들기 위해 거쳤던 장편제작연구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면 1년간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실기 위주로 실습작품, 단편영화 촬영 등을 하게 됩니다. 1년이 끝나면 졸업생들 중 장편제작연구과정에 진입할 사람을 선발해요. ‘트리트먼트(시놉시스보다 구체적인 장편 시나리오)’를 제출하면 검토 후 1년에 3-4명이 선발되고, 선발된 사람들은 1년 동안 한 편의 장편 영화를 준비하고 겨울에 촬영해서 개봉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영화 <들개>를 말하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 또는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주제를 선정한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분노의 표출에 대한 생각을 중학교 때부터 많이 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주제에 대해 꼭 다루고 싶었습니다. 지금 청춘들이 이 세상에 대해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표현을 할 방법도 없고 분노의 대상도 잘 모르는 상황인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사회생활도 해보고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느껴진 것들이 합쳐져 이번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저는 스랖(스누라이프)’을 열심히 해요. 그런데 그 곳에 보면 서울대 졸업생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 글들을 보며 현 세태에 대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찍기 위해 서울대학교 대학원생들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하고, ‘사제폭탄이라는 소재를 잘 다루기 위해서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Q: 제목을 들개로 짓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들개>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작품을 보고 나서 들개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번 작품의 제목도 그렇게 지었습니다. 다만 그 작품과 내용상의 연결고리는 크게 없습니다. 제 작품 속 길들여지지 않은 느낌들개라는 제목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번 작품의 소재를 사제폭탄으로 채택하셨는데, 그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화나면 부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특히 비디오테이프를 던져서 부수면 산산조각이 나는데... 이해가 잘 안 되실 수도 있는데 (웃음) 그 때 아주 통쾌해요. <들개>에서도 비디오테이프를 부수며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이 나옵니다. 요즘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지만 회사 다닐 때는 그랬던 적이 많았습니다. 혼자 화를 다스릴 방법을 찾다가 그런 해결책이 나온 거죠. 고등학교 때는 기물 파손을 많이 했어요. 3년의 고등학교 생활 동안 제가 깬 유리창이 열 장이 넘고, 돌아가는 선풍기도 부순 적이 있어요.

사제폭탄을 소재로 채택한 것도 이런 제 성격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제폭탄도 불만 표출의 한 가지 방법이고, 또 제가 어렸을 때부터 폭탄처럼 터지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소재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Q: 주로 무엇 때문에 그러한 분노를 느끼셨나요?

A: 세상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나 권위적 문화 같은 것들이 너무 싫었거든요. 특히 교육 제도가 너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대를 가야한다는 생각은 종교와도 같았어요. 공부하기가 힘들고 짜증나도 서울대를 무조건 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을 뿐, 그 과정이 너무 싫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교육 시스템을 만든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Q: 말씀을 들어보니 감독님 본인의 성향이나 평소 느끼신 것들을 <들개>속에 많이 녹여내려고 하신 것 같은데요. 작품 속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용 면에서 좋아하는 장면과 내용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먼저 내용 면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담당 교수를 살해하려고 쫓아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상황이 급격하게 전환되는 장면입니다. 또 내용과 상관없이 제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장면은 영화 속 가장 마지막 컷인 지하철 씬입니다.

Q: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된 건가요?

A: 제가 직접 섭외를 했습니다. 다른 영화에서 봤던 배우들과 직접 접촉하여 출연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변요한 분)은 어떤 분께 추천을 받고 오디션을 거쳐 주인공으로 최종 발탁했습니다. , 등장인물 중에 서울대 경영학과 06학번 이시원 씨도 있네요. 학창시절 연극동아리에서 만났던 친구인데 이번 작품에 출연해주었습니다.

   

 

김정훈에게 영화

 

Q: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저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메시지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영화에서 진정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화의 정서인데요.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감흥이나 정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나 영화의 의미가 다 다릅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Q: 감독님께서 특별히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영화감독이 있나요?

A: 한국에서는 봉준호 감독, 그리고 해외에서는 마이클 만이나 <노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를 좋아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경우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장르와 결합시켜서 한국적 리얼리티까지 살려서 잘 표현하는 감독입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영화가 줄 수 있는 정서와 강렬한 느낌을 정말 잘 살리는 사람이고요. 그 사람의 영화에는 엄청나게 강렬한 순간들이 꼭 하나씩은 있어요. 그런 강렬함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감독입니다.

Q: 영화감독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들개>를 제외하고 앞으로 장편 영화를 열 편 이상 찍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웃음)

Q: 첫 작품에서 이 시대 청춘들이 안고 가는 고민이란 현실적인 주제를 다뤄주셨는데 앞으로 또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지요?

A: 딱히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은 것은 없는데... 다만 저는 세상에 잘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결국 장르는 또 범죄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며칠 전 새로운 영화를 위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들개>와 관련된 일이 모두 끝나면 새로운 작품 촬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져라

Q: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화감독이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 아닌가 싶어요. 분명 감독님의 학창 시절도 평범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A: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진짜 놀기만 한 것 같아요. (웃음) 시험공부는 시험 전날에 하루 하는 것이 전부였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놀기만 했죠. 졸업할 때까지 취업준비는 해본 적이 없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그렇게 못 한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공부하기 싫어도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려고 공부했던 거고,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는 싫었어요. 재미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여행도 하는 등 관심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제가 했던 동아리는 얄라셩이라는 대학 최초의 영화동아리입니다. 예전에는 동아리에 유명한 선배들이 많이 계셨는데, <이태원 살인사건>을 찍은 홍기선 감독,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으로 인정받는 김우형 촬영감독, 박광수 감독 등등 쟁쟁한 선배들이 저희 동아리 출신입니다. 저는 2004년에 입부해서 처음으로 영화 촬영을 접했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영화를 분석하는 법, 촬영하는 법 등을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Q: 서울대에 입학해야겠다는 생각은 종교와도 같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토록 서울대에 입학하고 싶어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전형적인 강남 아이였습니다. 부모님을 포함해서 주위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서울대에 입학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네요.

Q: 그럼 실제로 입학해서 겪어 본 서울대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우셨나요?

A: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이미 입학을 한 순간 제 목표는 달성된 거였어요. 입학 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입학해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열심히 놀았을 뿐, 열심히 해서 많은 돈을 벌겠다는 식의 목표는 없었습니다.

Q: 비록 놀았다고 표현하셨지만, 감독님께서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진정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저희와 같은 이 시대 젊은이들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주위 시선에 얽매여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일을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감독님께서도 이러한 현실을 영화 속 정구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자 하셨던 것 같은데요. 끝으로 인생 선배이자 학교 선배로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20대 청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해야 즐거움을 느끼고,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20대 때 경험을 통해 알아나가야 해요. 자신만의 길을 찾지 못하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 힘듭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가져도 본인이 행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요. ‘스스로에게 솔직해져라.’ 이것이 제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입니다.

    

 취재: B.GINs 10기 배지훈(11), 김미송(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