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L 컬럼

SBL COLUMN
기업의 재무구조와 가격 및 마케팅 전략 2012-02-29
조성욱 교수
조성욱 교수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불안에 떠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를 구입한 지 1년 내에 직장을 잃는다면 차를 반납해도 100% 환불해 준다는 현대자동차의 공격적인‘실직자 보상판매제도(assurance)' 광고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위상이 높아진 것은 기술과 디자인 등 품질향상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뛰어난 마케팅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

현대자동차의 마케팅 전략이 이처럼 성공적이었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는 왜 이 전략을 즉각적으로 채택하지 않았을까? 사전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아이디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다른 자동차업체들은 왜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거나 아니면 보다 많은 assurance를 약속하는 전략을 채택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도산위험에 처해서 정부의 구제금융에 의존해야 하는 기업이 현대차와 동일한 마케팅전략을 추구하는 것을 상정해보자. 과연 이 마케팅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기업의 존망이 불확실하므로 이 기업이 제공하는 미래의 서비스 역시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 실직할 위험이 낮은 소비자의 경우, 기업의 assurance는 별 매력이 없는데 더욱이 장래에 존속하지 않을 기업의 assurance는 이들에게 거의 가치가 없는 것이 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직할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 하는 소비자라면 어차피 단 시일 내에 환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업의 장기적 존속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도 부실한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를 반납하고 환불을 요구할 시점에 기업이 퇴출되고 없다면 원하는 반납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략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 내려면 기업의 존속,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어서, 회사사정이 좋지 않아 채권자들도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변제의 우선순위에서 뒤떨어지는 주주의 입장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하는 경우 돈이 되는 도박과 같은 위험한 사업에 마지막으로나마 투자해보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한다. 이런 사업은 예상되는 수익이 예상비용보다 작아 채권자의 이익을 저해한다. 이를 감안할 때,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추구한다면 이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아주 위험한 전략이 된다. 이 경우 채권자 또는 잠재적 투자자의 의구심을 얻고 반발을 초래하여 자금확보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음으로, 현재 도산위험은 높지 않지만 수익성과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을 상정해보자. 유럽과 미국의 금융위기로 거시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을 때 낮은 확률이나마 대량환불요구가 발생하면 기업의 손실이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차를 돌려주고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을 때를 대비해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업이 재무적 곤경에 처하게 되고 존속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성, 재무적 건전성을 먼저 확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략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은 이 전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의 예는 기업이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적 안정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기업이 가격전략을 설정할 때도 재무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부채가 많아지면 이자를 포함하여 자금조달에 따른 비용 (즉, 금융비용) 역시 높아지기 마련이다. 부채가 많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높은 금융비용을 감내하기 위해서 생산 또는 판매하는 제품과 상품의 매출액을 증가시키거나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가격인상은 경쟁기업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 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즉 기업의 가격 인상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같은 업종에 있는 경쟁기업이 가격을 인상해 주어야 한다. 최소한 경쟁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면서 소비자를 빼앗는 전략을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나 경쟁기업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우기 마련이다. 경쟁기업의 반응전략은 재무상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재무상태가 나쁜 경쟁기업은 다른 기업의 가격인상에 동조하여 자신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다. 시장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모두 가격을 인상한다면 자신의 수익성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상태가 좋은 경쟁기업이 다른 기업의 가격인상에 동조할 가능성은 오히려 낮다. 경쟁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인하하여 다른 기업의 소비자를 빼앗아 오는 전략이 취약한 라이벌을 곤경에 빠뜨려서 시장으로부터 퇴출시킬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즉, 재무적으로 취약한 라이벌에 맞서 가격을 인하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독점이익을 추구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M&A를 하는 경우 특히 부채를 통한 기업인수 (LBO (leverage buyouts))의 경우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기 마련이다. 높아진 부채를 낮추기 위해 사업구조조정 자산매각 등도 일어나지만 기업에서는 일단 영업이익률을 높일 인센티브가 발생하고 이는 가격을 인상하려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Chevalier는 미국 유통시장에서 LBO가 일어난 이후 같은 업종에 있는 경쟁기업의 가격전략을 분석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경쟁기업은 판매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내려갈 때 수요증가가 크지 않은 (즉,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가격이 낮아지면 매출액이 감소하고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므로 금융비용이 높은 LBO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경쟁기업의 가격인하는 LBO를 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퇴출로 이어지는 결과로 종종 이어졌다.

요약하면, 똑 같은 옷도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현대자동차와 미국 유통시장의 예는 성공적인 영업, 마케팅 또는 가격전략의 뒤에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적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준다. 동시에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할 때 제품시장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에 커다란 제약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