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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일자리 창출을 선도한 도전적 기업가 2012-02-29
이동기 교수
이동기 교수

국가 경제발전을 선도한 기업가

한국 경제 발전에 나름대로의 공헌을 한 다수의 기업가들이 있지만 기업가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한 대표적 인물로 현대그룹을 창업한 아산 정주영(峨山 鄭周永)이 꼽힌다. 정주영이 이끌었던 현대그룹의 역사는 곧 전후 한국 경제발전과 성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생애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기업가정신이 국가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깊이 깨닫게 된다. 요즘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사회적 양극화, 높은 청년실업 등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 미래 발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지속적으로 기업을 창업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선도해 간 정주영의 생애와 기업가정신을 되새겨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주영은 1915년 11월 25일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정봉식과 한성실의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정주영은 아무리 일해도 겨우 끼니를 거르지 않으면 다행인 농부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16살에 소 판 돈 70원을 가지고 상경하였다. 장남인 정주영을 계속 찾아 나선 아버지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후에도 가출이 반복되다가 복흥상회라는 쌀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후 정주영은 복흥상회를 주인으로부터 인수하여 경일상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개업하게 된다. 그러나 1939년 일제의 쌀 배급제 실시로 경일상회가 폐쇄되자 자동차 수리 공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아도서비스를 설립한다. 그런데 이 역시 1943년 일제의 통제정책에 의해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이후 정주영은 자신의 사업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존재를 정변으로 언급할 정도로 정치적 격동 속에서 많은 난관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해방 후 1946년에 정주영은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한다. 우연히 그 당시 건설업에서 오고가는 돈의 규모가 자동차공업사와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1947년에는 현대토건사를 설립한다. 1950년 1월 두 회사를 합병하여 현대건설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현대 그룹의 모태를 형성하였다. 1967년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를 출범시켜 자동차 제조업에 진출하였으며 1973년에는 현대조선중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중화학공업화를 지향하는 한국산업 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1980년대 들어와서는 현대전자산업을 설립하여 자동차와 관련성이 크고 미래성장 잠재력이 큰 전자산업에 진출하였고 현대증권 등을 통해 금융 산업에도 진출하는 등 지속적인 사업다각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화를 추진해온 현대그룹의 성장사에 대해 정주영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현대는 단순히 장사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분투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집단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는데 현대그룹의 과거 50년 동안의 성장은 우리 현대 자신을 위해서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일으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업보국주의 이념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현대건설 50년사, 1997)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던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기를 맞게 되었고 현대 그룹도 자동차, 중공업 등의 소그룹화와 계열분리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던 2001년 3월 마치 한국경제 고도성장기의 마감을 상징이라도 하듯이 정주영 회장은 생을 마쳤다.

창조적 발상과 도전 정신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건설 당시 정주영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모든 기자재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하여 세계 최대 태풍권인 필리핀 해양을 지나 동남아 해상, 인도양을 거쳐서 걸프만까지 대형 바지선을 끌고 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수송 도중 대형 파이프 자켓이 태풍으로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자켓이 해면에 떠 있도록 하는 공법을 강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 당시 선진국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자켓 설치 공사 착수와 함께 자켓을 연결하는 빔도 설계대로 울산에서 제작한 사실이다. 수심 30미터나 되는 곳에서 파도에 흔들거리면서 중량 5백 톤짜리 자켓을 한계오차 5센티미터 이내로 20미터 간격으로 설치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선진국기업들도 일단 자켓 설치가 끝난 후 그 간격을 재서 빔을 제작하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정주영의 창조적인 발상과 그칠 줄 모르는 도전의식으로 가로 18미터, 세로 20미터, 높이 36미터나 되는 자켓 89개를 울산에서 운반해 와 오차 이내로 완벽하게 설치해 만든 사우디 주베일산업항은 20세기 최대의 역사라고 세계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1980년 초 정주영은 바다를 메워 옥토를 만드는 대규모 간척사업에 착수했다. 서산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커 20만톤 이상의 돌을 구입해 매립해야만 물막이가 가능한 곳이었다. 이때 정주영은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 방안을 강구하다 대형 유조선으로 조수를 막으면 바위덩어리 외에도 흙이나 버력 등 현장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물막이를 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는 “간척지 최종 물막이 공사는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사이며, 설사 인력으로 해결이 된다고 해도 그 엄청난 비용이 문제다. 밀물과 썰물의 빠른 물살을 막기 위해서는 폐유조선을 침하시켜 물줄기를 차단 내지 감속시킨 다음 일시에 토사를 대량 투하하면 제방과 제방사이를 막을 수 있다.”고 현대의 간부진들에게 제안했다. (정주영, 1998)

유조선 공법에 대한 실행 가능성을 현대의 기술진들이 면밀히 분석한 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자 그는 직접 유조선에 올라 최종 물막이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이 유조선 공법을 일명 정주영 공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공법 덕분에 현대건설은 계획공기 45개월을 35개월이나 단축, 9개월 만에 완공시킴으로써 총 공사비를 280억 원이나 절감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주영이 창안한 유조선 공법은 그 후 미국의 뉴스위크와 뉴욕타임즈에 소개되었고, 런던 테임즈강 하류 방조제 공사를 수행한 세계적 철구조물 회사인 랜달팔머 트리튼 사가 유조선 공법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등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정주영의 창조, 혁신정신과 관련된 일화는 수없이 많다. 눅눅한 공사장에서 골재가 마르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푸념에 직접 골재를 굽도록 꾸짖기도 하며, 비닐하우스 공법을 창안하여 그 어떤 추운 날씨에서도 건설이 계속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낸 정주영은 본인의 신념인 ‘하면 된다’를 뒷받침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겨나는 제약조건을 극복하는 혁신을 만들어냈다.

역사적 시사점

정주영의 기업가 정신과 경영철학은 그가 현대그룹을 이끌었던 50여 년의 역사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하에 놓여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교훈과 시사점을 전해주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 이후 재벌그룹의 양적 성장 위주 경영과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주영과 같은 창업 1세대 기업가들의 행태가 비판의 대상이 된 적도 물론 있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는 효율성과 주주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합리적 경영이 한국기업 경영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국내외 경제 불황, 높은 청년 실업률, 사회적 양극화 등의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최근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퇴조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 요청되는 기업가 정신의 구체적 모습은 정주영과 같은 1세대 기업가들이 보여 주었던 것과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업 발전과 사회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며 신념과 도전 정신, 혁신적 사고, 추진력으로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 내었던 기업가 정신의 본질이 갖는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정주영 기업가 정신의 교훈을 꿰뚫고 있는 예비창업자, 중소벤처기업가, 대기업 경영자들이 많을수록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의 국가적 과제도 풀려나갈 것이라 믿는다.

[참고문헌]

  • 1)현대경제연구원,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현대경제연구원 2011
  • 2)전도근, 『신화를 만든 정주영 리더십』, 북오션, 2010
  • 3)홍하상, 『정주영 경영정신』, 바다출판사, 2006
  • 4)정주영,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제삼기획, 2009
  • 5)정주영, 『이 땅에 태어나서』, 솔, 1998
  • 6)현대건설50년사편찬위원회,『현대건설 50년사』,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