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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마케팅의 득(得)과 실(失) 2012-04-17
김병도 교수
김병도 교수

최근 배우, 가수,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이 유행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자사 에어컨 광고모델로 김연아 선수를 선봉에 내세우자, LG전자 휘센은 박태환과 손연재 선수로 맞선다.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 이름을 아예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경규 꼬꼬면, 박태환 헤드폰, 이수근 대리운전과 같은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유명인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산업 초기에는 독특한 제품 기술이나 속성으로 차별화를 하지만, 산업이 성숙화되면서 경쟁사 간 연구개발 능력이 평준화되면 이런 차별화가 용이하지 않다. 즉 국내 많은 산업들이 성숙화되면서 유명인의 명성을 제품과 연결시키는 인지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인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는 차별화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는 고객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다. 하루 수천 개의 광고에 노출되는 고객의 주의를 잠깐이라도 집중시키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는 유명인이 등장하는 광고의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고, 품질이 더 높다고 생각하며, 그 결과 구매의도 역시 높아진다는 학술 연구도 있다.

그러나 모든 마케팅 전략이 그렇듯이 유명인(셀렙) 마케팅은 만능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CF 출연료는 차치하더라도 유명인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략은 몇 가지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유명인이 연루된 부정적 사건이 해당 제품의 명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유명인 마케팅은 그들의 명성을 제품에 연관시키는 전략이기 때문에 유명인과 브랜드가 한 배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폰서의 사생활을 일일이 간섭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2009년 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륜 행각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가 스폰서하고 있던 나이키, 게토레이, 엑센추어 등 광고주의 명성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니텔(Knittel) 교수와 스탠고(Stango)교수는 타이거 우즈 스캔들로 광고주들의 주식 시장가치가 약 4퍼센트 하락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나이키는 매년 우즈에게 약 300억 원 정도의 천문학적인 광고 출연료로 지불하고 있는데, 오히려 스캔들로 인해 1조 5천억 원의 기업가치 손실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즈가 스폰서로 있는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처지에 처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유명인이 출연하는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광고 효과가 저하된다는 점이다. 광고주들은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보다 인기가 높은 사람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타이거 우즈는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나이키, 뷰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엑센추어, 익렉트로닉 아츠 등 수많은 광고에 출현했다. 국내 광고 시장 최고 스타인 김연아 선수 역시 하우젠, 현대자동차, 라끄베르, LG샤프란, 아이비클럽 등 다양한 광고에 등장한다.

문제는 같은 사람이 여러 제품 광고에 등장하면 소비자는 더 이상 그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광고에 출현하면서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유명인 자신이 스폰서하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신뢰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가 하우젠 에어컨 광고만을 한다면 소비자들은 그녀가 하우젠을 사용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녀가 에어컨은 하우젠,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화장품은 라끄베르, 섬유유연제는 LG샤프란을 사용한다고 믿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셋째, 유명인이 너무 매력적인 경우 소비자의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마케팅 학자들은 ‘뱀파이어 효과’라 부르는데, 이 경우 소비자는 광고를 보고 유명인을 기억해 내지만 제품은 기억하지 못한다. 광고의 목적은 제품 및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명인이 너무 부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뱀파이어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유명인, 제품 및 표적시장의 고객의 매치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여배우가 고급 자동차의 우아함을 배가하기 위해 광고에 등장하는 경우 유명인과 제품의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같은 사람이 저렴한 개인용 컴퓨터에 등장한다면 일관성이 없다.

오늘날과 같은 초(超)경쟁 시대에 기업은 유명인을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셀렙 마케팅은 전지전능한 전략은 아니다.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사실은 뒤집어 해석해보면 제품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셀렙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제품이 유명인의 이미지를 빌려 쓰는 마케팅이다. 그러므로 셀렙 마케팅은 소비자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제품이나 이등기업의 제품에 더 추천할만한 마케팅 전략이다.

강한 제품은 남의 이미지를 빌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코카콜라나 피앤지(P&G) 같은 세계적 마케팅 회사는 유명인 마케팅을 가능한 최소화한다. 자신의 제품에 자신이 있고 유명인 마케팅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유명인의 명성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국내 일류 기업이 보다 많아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