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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러의 혁신금융상품 3선 2016-12-01
조재호 교수
조재호 교수

2013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예일대학교의 쉴러(Shiller) 교수는 몇 년 전 경제대공황(Great Depression) 이래 최악으로 여겨지는 2008년의 금융위기를 돌아보면서 금융혁신(financial innov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금융시스템과 이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회의와 불신 그리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감의 추락 등을 언급하면서도,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금융시스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또 이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려면 계속적인 금융혁신을 통해 시대에 맞게 시스템이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근년에 개발된 혁신적인 금융상품 몇 가지를 지목하였는데, 이 글에서는 이들 상품의 내용과 성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베네피트기업

베네피트기업(benefit corporation)은 이윤극대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주주들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형태이다. 여기서 사회적 기여란 고용창출,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 환경보호 등을 포함한다. 비영리단체와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서 공익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과는 차이가 있다. 베네피트기업은 그 목적을 정관에 명시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외부에 발표하고 독립된 인증기관으로부터 이를 인증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2010년 매릴랜드 주에서 관련법이 제정되었으며 이 후 30개 주가 뒤를 이었고, ‘B Lab’이라고 하는 비영리조직이 이 기업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러한 법을 전국적으로 도입한 첫 국가가 되기도 하였다.

베네피트기업의 예를 들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화학제품 제조회사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여러 연구활동을 회사의 목표로 선언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매년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예산으로 배정한다거나, 아웃도어와 등산 장비제작 회사가 환경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이의 해결을 위해 매출의 일정 %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것 등이다.

이 제도의 기본 아이디어는 기업의 목표를 이윤(profit)과 자선(charity)의 두 갈래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기업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만이 경영자의 책무일 뿐, 자선활동은 주주 개인의 몫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 들어 이러한 극단적인 개념이 과연 이상적인가 하는 회의론과 함께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기업의 역할과 인간성에 기반한 기업의 목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의 하나가 베네피트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로 그 목적에 따라 지분투자, 대출, 후원, 기부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분투자의 경우 이는 웹(web) 형태를 띤 새로운 기업금융(investment banking) 방식이며, 누구나 소액으로 벤쳐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금융민주화의 예를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200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유럽과 미국 전역에 확산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는 2013년 벤처/창업 생태계 선순환 방안의 일환으로 제도화 되었다.

킥스타터(kicstarter)는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꼽히는데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대표적 성공사례로서 '페블 워치(pebble watch)'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아이폰과 연동하는 손목시계 "Pebble"을 개발하기 위해 킥스타터의 웹사이트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였는데, 불과 2시간만에 27만 명으로부터 1,000만 달러 이상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목표는 10만 달러였다고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저명 경제학자인 Hayek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지식인을 포함한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지식(knowledge)은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분산되어 있어 경제가 성공하려면 이러한 다양한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러한 주장을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은 범죄, 실업, 빈부격차, 환경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으로부터 과제를 위탁받은 민간업체가 사회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서, 전통적 채권과는 달리 사업이 성공하면 공공기관이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되 실패하면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 성과급 투자방식이다.

SIB는 2000년 뉴질랜드의 경제학자인 호레쉬(Horesh)가 처음으로 제시한 아이디어로 자유경제시스템으로 하여금 사회 또는 환경 문제를 해결토록 해 보자는 것이었다. 2010년 Social Finance란 영국의 비영리단체가 법무부를 대신해 상습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러한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하게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런던 외각에 위치한 피터보로(Peterborough)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죄수들을 대상으로 상습범죄율을 개선시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단계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15년 서울시가 팬임팩트코리아(Pan-Impact Korea)란 조직을 통해 처음으로 SIB 사업을 시도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및 경증지적장애 아동 100여 명을 대상으로 3년간 정서치유와 사회성 향상, 학습능력 향상을 통해 자립성을 높이는 게 목표이다. 투자자는 사업의 최대목표(42% 이상 성공)를 달성했을 때 원금과 최대 30%의 인센티브를 지급받게 되며, 그 이하의 성과에 대해서는 성공률에 비례해 투자금을 상환받지만 최저목표(10% 이하)를 달성하지 못하면 원금을 잃게 된다.

SIB의 시초인 피터보로 형무소 채권은 당초 호레쉬 교수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공매도(shortsale)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SIB제도가 성공적이고 좀 더 활성화 되려면 시장성이 확보되어 사업의 성과에 따라 채권의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쉴러 교수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