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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기술금융 2016-01-22
오정석 교수
오정석 교수

우수 벤처·중소기업의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금융제도가 올해 부터는 기존의 은행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방식 으로 전환되는 추세이다. 기술금융정책에 대해 작년 금융위원회가 개선방 안을 내놓은 것을 보니 만시지탄이지만 여러가지 의미있는 진전을 하고 있 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기술금융의 방향을 대출에서 투자위주로 전환하는 것과, TCB (기술신용평가기관) 의존적 기술평가에서 벗어나 은행의 자체 평 가능력 제고를 도모한다는 점들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각론으로 볼 때 투자펀드 결성의 규모가 대출대비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기술금융에 대한 당국과 은행의 한계를 자인한 듯한 느낌이었고, 은 행 자체평가능력제고를 위한 실천방안이 어떤 것이 있느냐 하는 의문은 여 전히 지울 수 없었다.

TCB와 은행이 하는 현재의 기술평가방법은 몇 가지 결정적인 한계를 지니 고 있다. 첫째, 양적으로 급증하고 질적으로 고도화하는 기술을 기존의 기 술평가기관의 제한된 인력과 데이타를 이용해 감당하는 데는 너무 많은 시 간이 소요된다. 둘째, 평가기준의 많은 부분이 비계량적인 또는 주관적인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중요한 평가요소로 채택된 경영자의 기술개발의 지, 엔지니어의 숙련도 등에 대해 비전문가인 평가자의 감에 의존하고 있 는데 이는 맞든 틀리든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셋째, TCB의 기술평가모델이 결정적으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을 매기는 모델이라 이를 담보화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던 차에 얼마전 특정기업에 대한 기술력 리포트에 접할 기회가 있었다. 30여페이지에 달하는 리포트는 이 기업의 특허를 총망 라해 국내외 경쟁사와 비교하여 기술의 글로벌 트렌드와 일치여부를 확인

해주었고 개별 특허의 기술등급과 가격을 제시하여 회사가 가진 특허의 가 치와 유용성을 알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각 연구원의 연구성과에 대한 등급과 발명자별 특허가치를 분석하여 인사관리에 참고할만한 근거자 료까지 제시해 주었다. 이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를 찾아 추가적인 자문을 얻으려 하다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자료는 사람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방대한 국내외 특허 빅데이타를 토대로 로봇이 작성하 여 자동으로 출력한 것이고 이 로봇을 만든 업체는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라는 사실이었다.

기업의 자문을 맡다 보면 가장 골치아픈 주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기술 력 평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사고과이다. 특히, 첨단기술일수록,연구원에 대한 인적 평가일수록 더더욱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객 관적 평가를 지향하고 공정하게 평가를 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시비가 생기 고 평가자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다. 평가기준의 선정 및 과정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잘 평가받은 특정기술에 대해서는 사업 적 유용성을 증명해 내라는 과외의 숙제까지 얻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 심의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이 평가하지 않았 느냐’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이러한 점은 정말로 속수무책이다. 그 때마다 사람이 분석, 판단한 내용을 시스템이 계량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검증해 줄 수 있으면 한결 낫지 않겠나 하는 바램이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가치 평가 로봇은 빅데이터가 핀테크에 접목된 좋은 사례로 활용가치가 기대된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 지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산업의 특성상 주관적이고 수작업에 의 존한 접근법에서 하루빨리 탈피해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접근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로 ‘빅데이타를 활용한 한국형 핀테크’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