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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산업, 어떻게 키울 것인가? 2016-02-28
이동기 교수
이동기 교수

문화콘텐츠 산업의 본질적인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문화콘텐츠 산업은 수요의 불확실성이 높아서 리스크도 크다. 영화 산업의 예로 보면 영화를 개봉하기 전까지는 얼마나 성공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문화콘텐츠 산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일 가능성이 많다. 문화콘텐츠의 영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초기 및 고정 투자비가 높고 변동비는 낮다. 영화의 경우 과거에는 필름 복사 값이 변동비로 지불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동비는 거의 ‘0’에 가깝다. 고정비가 높고 변동비가 낮다는 것은 규모의 경제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뜻한다.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적자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문화콘텐츠 산업의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문화콘텐츠 기업의 수직·수평 계열화, 글로벌화를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사업 다각화의 모범사례로 ‘월트 디즈니’를 살펴보자. 월트 디즈니는 핵심역량인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캐릭터 사업을 토대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문화 콘텐츠 사업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의 가장 이상적인 사례로 세계 학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높은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로 기업을 확장시킨 월트 디즈니 뿐만 아니라 주요 미디어 기업들도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가 어려운 경우에는 니치 플레이어(Niche Player)로서 특정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야 한다. 사업 다각화를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니치 플레이어가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생태계가 바로 미국의 할리우드이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은 인터넷 활용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중국의 VOD 유통 서비스와 채널은 한국은 물론 할리우드를 앞선다고 한다. 또한 중국정부는 IT와 콘텐츠 결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 IT기업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문화콘텐츠 기업들을 육성 중이다. 소규모 벤처기업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고 인터넷으로 유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정도로 중국의 소규모 기업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SM, JYP, YG 등 한국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도 극소수 있지만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한 기업들이 많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아시아 주도권을 확실히 지킬 수 있도록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발전시켜야 한다.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아직 많이 미흡해 보인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만 간단히 진단해 봐도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분명해진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본질적인 특성에 맞게 산업 구조가 선진화되어야 한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취약한 생태계 속에서 지금까지 이룬 한류의 성과는 어쩌면 기적에 가까웠다. 중국의 급부상 속에서 한류의 우위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미디어 그룹인 CJ와 SBS를 보면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의 규모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한국기업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우려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가 문제이다.

최근의 신속하고 동시다발적인 중국 자본의 대규모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자본에 종속되어 하청 기지화 되는 것이 우려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사가 제작한 영화이다. 영국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촬영되었고 영국 배우가 출연한 영화이지만 영국영화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영국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사의 하청기지 역할을 한 셈이다. 두 번째, 한류콘텐츠의 단명 가능성이다. 만약 중국 투자자가 단기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한다면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단명할 수 있다. 세 번째 부작용으로는 산업생태계 조성 위협이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IP와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내재화 할 수 있는 기회 상실로 산업 생태계의 기반 훼손이 우려된다.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해 정리해보자. 국내 문화산업을 선도해나갈 글로벌 대기업을 키우고,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해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M&A를 활성화해야 한다. 일례로 ‘넷플릭스’에 대항할 대규모 VOD 업체 육성이 시급하다. 중국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산업 구조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는 대항마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탁월한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지닌 대표적인 글로벌 미디어 거물 2인을 비교해보자. ‘뉴스콥’의 루퍼트 머독은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가 풍부한 리더이다. 반면에 ‘NBC’의 잭 웰치는 경영면에서는 뛰어났지만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다. 루퍼트 머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를 했고 그 결과 후발주자였던 FOX TV는 4대 메이저로 빠르게 등극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문화산업의 미래를 위해 산업 구조부터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 중국과의 발전적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야한다. 중국이 부상하면 할수록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잘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중국진출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한·중 FTA 후속 협상에서 중국의 규제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