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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2016-02-27
박희준 교수
박희준 교수

노동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여러 차례 노동개혁관련 법안들의 국회통과를 호소하였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19대 국회에서 입법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다음 20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크게 5대 법안과 2대 지침으로 되어 있다. 5대 법안은 현재 주당 68시간까지 허용되고 있는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52시간으로 축소하되 과도기적으로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하는 법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안, 실업급여제도를 개선하는 법안, 35세 이상의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본인이 직접 신청할 경우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근무 기간을 2년 범위 내에서 연장을 허용하는 법안, 장년 근로자와 고소득 전문직, 그리고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소성가공 등의 뿌리산업에 대하여 파견을 허용하는 법안 등이다. 2대 지침은 업무능력 부족을 해고사유로 인정하는 일반해고 지침, 정년 60세 법제화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진하기 위하여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하는 지침 등으로 이러한 지침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여 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시행할 수는 있지만 추후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의 5대 법안과 차이가 있다.

이들 5대 법안과 2대 지침 중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범위, 실업급여제도 개선에 대한 법안들은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적은 편이지만, 기간제와 파견법 개정에 관한 법률안과 2대 지침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간제법과 파견법, 그리고 2대 지침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 법안과 지침들이 근로자와 기업, 그리고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작년 9월 15일 노사정은 1년간의 논의 끝에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을 극적으로 이루어 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5대 법안과 2대 지침은 노사정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사정 간의 대타협이 미완의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노사정은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범위, 실업급여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렀지만 쟁점이 되었던 기간제법, 파견법, 일반해고 등에 대해서는 시간에 쫓겨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미봉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즉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관해서는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의결시 반영토록” 했으며, 일반해고 등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는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현재의 노동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개혁 추진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노동시장 개혁의 입법화를 어렵게 만들고, 입법화 되더라도 노동계의 반발로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노사정 대타협의 목표였던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청년실업의 해소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개혁 추진이 노사정 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이후 가장 의미있는 합의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대타협의 의미를 부정하는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사정 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노사정 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로 구성될 20대 국회는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의 존중하여 입법화 과정에서 노사정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