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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에 비친 디즈니: Part II 2016-01-21
박기완 교수
박기완 교수

지난 컬럼(나의 눈에 비친 디즈니: Part I)에 이어 이번에는 브랜드 컨셉트와 고객경험 관리를 지원하는 수단으로서의 서비스 및 운영관리에 대해 디즈니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디즈니는 서비스나 운영관리 측면에서도 탁월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디즈니 크루즈의 서비스 실패에 대한 사례가 인상깊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가족은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객실을 배정받게 되었다. 전담 객실직원에게 청소를 부탁하여 문제를 해결했지만 설상가상으로 아침기상시간 화장실에 물이 넘쳐 카페트 위로 흘러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급하게 전담직원에게 연락하여 수습을 하고 스팀 세척을 하여 깨끗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비록 구체적인 문제는 물리적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나의 마음에는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저녁식사 시간에 전담서버로부터 식사 후 객실 담당매니저를 만나보라는 전갈을 받았다. 매니저는 문제가 잘 해결되었느냐고 확인한 후에, 다른 객실로 바꾸어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물론 제의를 수락하여 훨씬 더 크고 안락한 객실을 배정받아 상처받은 마음이 아무는 듯 했다.

그런데 이것으로 디즈니의 서비스 회복 활동이 끝이라고 생각한 나의 판단은 오산이었다. 다음날 책상 위에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아케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과 기분전환을 위한 샴페인이 올라와 있는게 아닌가? 별로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고 나니 마음에 감동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디즈니를 보는 눈이 새로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P&G에서는 고객의 인상을 결정짓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구매하는 순간 한번으로 상정하지 않고 소비하는 시점을 보다 중요한 두번째 진실의 순간으로 규정하면서 소비자에게 약속한 내용이 진실로 그리고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를 관리한다고 한다. 아마 서비스 실패를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물리적인 회복, 그리고 단 한번의 회복이 아니라 반복적이고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회복이 일어날 때 상처받은 고객의 마음이 아물게 될 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은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보고 체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객실과 식당 직원은 가족 별로 전담마크제를 실시하고 있어 몇 일 지내다 보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자연스레 불만사항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게 되고,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바로 상위 단계로 보고 되었다. 레스토랑의 경우 assistant server → server → head server의 단계로, 객실의 경우 housekeeping crew → director로 연결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일선 직원이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상급 직원이 대응을 하게 된다. 반면, 최일선 직원은 고객불만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혁신의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하여 직급 간 효율적인 분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고객과의 친밀도(customer intimacy)를 높임으로써 고객의 불편을 발견하는 일선 직원의 역할과 이들을 지원하는 상급 직원들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운영관리 측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저녁시간을 6시와 8시 그룹으로 나누어 2번에 걸쳐 저녁 식사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아예 승선 시부터 가족 별로 식사 그룹을 배정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주요 공연도 동일한 내용을 매일 2번 반복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녁을 거르고 동일한 공연을 2번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운영전략을 통해 식사시간 혼잡도를 줄임으로써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식당도 서로 다른 컨셉트를 가진 여러 식당을 번갈아 가며 이용하는데 이 때에도 전담마크제는 계속 유지된다. 하루는 디즈니 캐릭터로 온통 치장된 레스토랑(Animators’ Palate)에서(이 때에는 식사 메뉴도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하여 메뉴 이름이 정해진다), 다른 날은 뷔페식당에서 자유롭게,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조용하고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게 되어 고객들은 다양성을 통한 체험적 가치(experiential value)를 극대화할 수 있다. 레스토랑으로 가는 복도는 디즈니 캐릭터를 그린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는 관람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레스토랑이 하나의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브랜딩에서는 공간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이론을 잘 실천하고 있었다.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객실 카드 하나로 구매에 대한 모든 지불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흥미로웠다. 그 카드의 이름도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활용하여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key to the World)’로 명명하였다. 물론 에버랜드 같은 기업에서도 all-purpose card를 활용하지만 많은 경우 미리 일정금액을 충전한 후에 사용하는 선불식 카드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단 구체적인 ‘돈’이 개입되어 비용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기업수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객의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두 기업의 경우가 여러 모로 다르기는 하지만, 고객불편을 덜어주려고 만든 카드가, 혹시 고객이 돈 떼어먹고 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서 충전해서 쓰도록 하는 식이 되어 버렸다면 그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고객이 아무리 불편하고 힘들어도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 예컨대 안전과 위생에 대한 관리는 정말로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유사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를 안내하는 시간도 고객들이 스스로의 브랜드 경험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기회로 자연스럽게 활용되었다. 이러한 안전교육은 크루즈 승선 첫날 오후에 이루어졌는데, 탈출 대피 장소를 찾아가는 동안 크루즈의 여러 시설물과 위치를 익힐 수 있어 어색한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크루즈의 특성상 위생이 매우 중요한데 식사할 때마다 소독할 수 있도록 소독용 티슈를 제공하고,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손비누를 직접 뿌려주어 위생을 신경 쓰도록 하였다. 가급적 냅킨은 제공하지 않고, 뷔페에서는 직원이 고객 한 명씩 일일이 접시를 제공하여 불필요한 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물론 디즈니라고 해도 완벽한 것은 아니며, 아쉬운 점도 여럿 있었다. 크루즈가 끝난 후 공항까지 짐을 운송해 주는 서비스가 다소 미흡하였고, 각 정박지마다 내려 현지투어를 하는데 이에 대한 사전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와 우리 가족의 만족도를 매기라면 그저 만족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행복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나는 이번 크루즈 경험을 통해 디즈니를 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렇게 바뀐 시각이 새로운 프레임이 되어 앞으로 디즈니의 마케팅과 활동을 편파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경험을 하면서 나는 한국의 기업들이 생각났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없는가? 단순히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신뢰하고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행복한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디즈니의 성공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브랜딩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브랜드 컨셉트로 대변되는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고, 이 스토리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사소한 것에도 혼을 불어넣고 주목한다는 것이다. 나이키, 코카콜라와 같은 세계 최고 기업들은 저마다의 브랜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당신의 브랜드 스토리가 현재 상영 중인 영화라고 비유해 본다면 누가 그 영화를 보러 올 것이며 얼마나 행복해 할 것 같은가? 디즈니에는 브랜드 경험의 과대관리(over-managing the brand experience)라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유니크한 브랜드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프로세스는 아무리 사소한 요소라도 병적이리만큼 주목한다는 것이다. 깨진 페인트 자국 하나가 환상적인 여행을 떠나는 고객의 마음을 다칠까 일년 내내 광장 바닥의 페인트만 칠하는 직원이 있고, 크루즈의 풀장 옆 타월수거함의 칠이 바랠까 계속해서 니스를 덧바르며, 프렌치 프라이에 찍어먹을 케첩을 미키 마우스 모양으로 만들어 뿌려주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 이것이 일등 브랜드를 만드는 힘인 것 같다. 그것이 디즈니가 바라는 희망과 영감의 세상(a source of hope and inspiration to all the world)이 되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