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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에 비친 디즈니: Part I 2016-01-21
박기완 교수
박기완 교수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디즈니 크루즈를 탈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도 디즈니에 대한 사례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체험은 마케팅을 공부하는 나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나의 눈에 비친 디즈니를 지면을 빌어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아마도 경영학적 관점에서 디즈니를 분석하기에 가장 유용한 개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브랜딩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디즈니는 이상적인 브랜딩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적 일류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브랜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뾰족하면서도 의미있는 브랜드 컨셉트의 설정, 고객의 브랜드 경험관리를 통한 브랜드 컨셉트의 체계적인 전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과 운영관리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디즈니의 브랜드 컨셉트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fun family entertainment)이다. 여기서 ‘재미’라는 말에는 구체적으로 테마(theme)와 환상(fantasy)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디즈니는 스토리가 있는 환상적인 체험을 통해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이다. 따라서 디즈니랜드는 단순한 놀이동산(amusement park)가 아니라 테마파크(theme park)이다. 디즈니가 제작한 영화 속 캐릭터나 무대 배경, 그리고 스토리를 온전히 체험함으로써 아이들에게는 상상이 현실화되고, 어른들(디즈니에서는 어른을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grown-up kids]’라 명한다)에게는 추억이 되살아나는 마술과도 같은 환상적인 공간이다.

브랜드 컨셉트의 중요 요소인 가족단위 고객은 디즈니를 니켈로디언(Nickelodeon)이나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 마블은 2009년 디즈니에 의해 인수되었지만 여전히 차별화된 브랜드와 컨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와 같은 여타 키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와 차별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의 애니매이션을 보면 백설공주와 같은 클래식을 차치하고서도, 많은 경우 우정(토이스토리, 카 등), 가족애(업, 니모를 찾아서, 주먹왕 랄프 등)와 같은 교훈적 가치(educational value)가 진하게 스며들어 있는데, 이는 가족고객에게 가장 잘 소구될 수 있는 가치라고 판단된다.

브랜드 컨셉트가 설정된 후에는 고객들이 온몸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브랜딩의 핵심은 고객들이 인식하는 경험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브랜딩 활동은 브랜드 컨셉트로부터 시작하여 하향식(top-down)으로 전달되지만, 고객의 경험은 마케팅 믹스 등 브랜드 실체(實體)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상향식(bottom-up)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랜드 실체를 디자인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 기준은 브랜드 컨셉트와 이를 반영하는 핵심가치(core values)이다. 디즈니의 경우, 환상, 놀라움(wow), 상상, 추억, 친근함, 교훈 등의 컨셉트와 혁신, 품질,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낙천주의(optimism) 등의 핵심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마케팅 믹스와 활동들을 선택하여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디즈니의 주요 상품인 애니매이션 뿐만 아니라, 테마파크나 크루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일반적인 놀이동산과 테마파크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스토리텔링를 제공하는가의 여부에 있는데, 디즈니는 테마파크나 크루즈의 물리적 공간을 설계함에 있어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도입하였다. 디즈니랜드의 출입구를 한 개로 단일화하여 외부세계와 단절하였고(출입구에는 “Here You Leave Today and Enter the World of Yesterday, Tomorrow, and Fantasy”라고 적혀 있다), 주요 동선상의 핵심 공간들을 마치 scene #1, #2, …와 같이 영화 장면을 연출하듯이 구성하였다. 디즈니랜드를 둘러싸고 있는 담장(the Berm이라 부름)의 높이를 최대한 높여 일상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시각적 효과(visual intrusion)를 차단하고 있으며, 개별 놀이기구의 경우 뒤따르는 고객이 앞선 고객에 의해 자신의 체험을 방해 받지 않도록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엔터테인먼트 디렉터(entertainment director)가 크루즈를 탑승하는 첫날밤 공연머리에 ‘Let the Magic Begins’라는 대사로 일상으로부터의 완전한 차단을 선고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무엇을 보는가 만큼이나 무엇을 보지 않는가 하는 것이 고객들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하다는 디즈니의 브랜드 경험관리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유럽의 놀이동산과는 달리 테마파크의 레이아웃 디자인에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의 동선을 줄이고 피로도를 낮추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디즈니 크루즈에도 적용되어 배의 중앙부에 대부분의 주요활동들을 배치하고 선수에는 극장을, 선미에는 식당을 배치하는 데 활용되었다. 또한 착시현상을 활용하여 청소년 놀이 공간의 천장은 낮게(거인처럼 느껴짐), 성인용 공간의 천장은 높게(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짐) 구성하였고, 배의 중앙부 아트리움의 기둥을 밑은 좁고 위는 넓게 만들어 웅장한 스케일감을 극대화하였는데, 이러한 강제된 관점(forced perspectives)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영화제작인들에 의해 디자인되어 극적인 연출감을 자아내고 있다.

디즈니는 또한 기술과 스토리텔링의 결합을 통한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에프콧 센터(Epcot Center)에는 파일럿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한 서클비전(circlevision: circlerama라 불림)을 설치하였고,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The Great Movie Ride는 놀이기구와 영화를 결합한 혁신적 상품으로 이 기법은 뮤지컬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무생물을 인간처럼 보이도록 마네킹에 사용되고 있는 audio animatronics를 개발하여 영화나 테마파크에서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혁신들이 기술 중심적이지 않고 고객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혁신의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의 핵심적 개념인 의미와 경험의 혁신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노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위와 같은 혁신사례들을 ‘Top 10 Disney Innovations’라 이름 지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컨셉트를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부르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과 미션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객에 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포함하여 다양한 내용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고객의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들 하지 않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브랜드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듣는 것은 개별 활동을 이해하고 음미하는 데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고객의 경험관리에 간접적인 영향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크루즈에서 매일 밤 주요 공연이 상영되기 전 엔터테인먼트 디렉터가 나와서 다음날의 주요 일정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들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디즈니에서 제공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역시 브랜드 컨셉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무엇보다 디즈니 캐릭터 및 스태프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해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뮤지컬과 영화가 매일 상영됨과 동시에, 공연에 출연한 실제 캐릭터 및 배우들과 직접 만나 악수하고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캐릭터와 스태프들과의 만남이 매우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장려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는 환상적인 체험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엔터테인먼트 디렉터는 연신 격의 없는 모습으로 캐릭터 및 배우들과 고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었다. 또한 캐릭터들이 언제 어디에서 튀어 나오는지 알 수 없게끔 서비스의 후방 영역(back office)은 비가시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이러한 활동은 디즈니가 추구하는 ‘환상을 통한 재미’라는 브랜드의 본질에 지극히 충실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된다.

친근한 서비스 분위기는 일선직원들의 행동에서도 연출되고 있었다. 스테이트룸(stateroom)이라 불리는 객실을 담당하는 직원과 식당의 서버들은 가족 별로 전담마크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이들을 몇 번씩 마주치게 된다. 10번이건 20번이건 만날 때 마다 격의 없이 말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특급호텔 직원의 행동과 자연스럽게 비교되었다. 그들이라면 고객과 마주쳤을 때 어떠했을까? 아마도 고객이 지나가면 옆으로 비켜서서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것만이 올바른 서비스일까? 브랜드 컨셉트에 걸맞는 분위기를 창출하는 서비스가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한편, 캐릭터 및 배우들과의 만남은 카메라에 찍혀 크루즈 내 특별하게 마련된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족 별로 폴더를 따로 만들어 인화해 놓고, 후에 마음에 드는 사진만을 골라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렇듯 캐릭터와의 만남이라는 구체적인 활동을 놓고 보더라도 고객들의 전 여정(customer journey)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고객의 감동과 행복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가족단위 고객이라 하더라도 항상 가족 전체가 동일한 활동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며, 가족 구성원 별로 다양한 니즈를 가지고 있다.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현대 마케팅의 핵심 개념인 고객세분화를 확실하게 적용하고 있었다. 연령대별로 kid, tween, teenager, adult 등으로 구분하여 각 그룹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서로 다른 연령대의 클럽 하우스를 방문할 수 있는 오픈 하우스 시간을 두는 융통성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반대로 모든 구성원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영화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 제공함으로써 세분화와 통합을 오가는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었다. 특히, ‘인사이드 아웃’은 미국전역 개봉일 밤 0시에 상영하여 고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겨 주기도 하였다.

디즈니 사례는 브랜드 관리에 있어 브랜드 컨셉트와 경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관리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은 브랜드 컨셉트를 설정하는 것이다. 어떠한 브랜드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동일한 활동도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브랜드 컨셉트는 소비자 인식을 결정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칸트의 말을 살짝 빌어 설명하자면, 개념(브랜드 컨셉트) 없는 직관(브랜드 경험)은 맹목이고, 직관(브랜드 경험) 없는 개념(브랜드 컨셉트)은 공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것만 늘어 놓는다고 최고의 브랜드가 되지는 않는다. 좋은 요소들도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명쾌한 컨셉트로 잘 꿰어져야만 훌륭한 브랜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디즈니의 브랜딩은 컨셉트와 실체가 조화를 이루어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