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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액면주식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2016-02-29
고봉찬 교수
고봉찬 교수

우리나라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식의 액면(par)은 신주 발행시 발행가액의 최저금액을 정하기 위하여 정관에 표시해 놓은 금액으로서, 주식은 원칙적으로 액면가 이상으로 발행하되(상법 제330조), 발행가액 총액 중에서 액면총액은 자본금으로 계상하여 주주의 배당재원에서 제외함으로써 자본충실과 채권자보호를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상법 제451조) 또한 정관상의 주식 액면가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변경할 수 있으며, 액면주식 1주의 금액은 모든 주식이 균일해야 하며 100원 이상이어야 한다.(상법 제329조 2항, 3항) 그러나 주식의 액면가액은 회사의 실질가치를 나타내는 신주의 실제 발행가액과 다르기 때문에 액면의 실질적 유용성은 제한적이며, 해당 주식의 시장유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주식분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등 자금조달의 신속성과 기동성 측면에서 취약한 제도이다.

이처럼 상법상 액면미달 신주발행 불가의 원칙을 고수하게 되면 누적된 결손으로 주식의 실질가치가 액면가보다 낮을 경우에는 신주발행에 의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므로 상법 제417조에는 이에 대한 예외를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다. 즉, 회사가 성립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후에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법원의 인가를 얻어서 주식을 액면미달 가액으로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 규정은 설립 후 2년이 지나야 한다는 제약과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법원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기동성 있는 자금조달이 어렵다.

결국 이러한 액면미달 신주발행 불가원칙을 해소하기 위하여 2012년 4월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상법에서는 액면가를 정하지 않는 무액면주식(no-par stock)의 발행을 허용하였다. 즉 회사는 액면주식과 무액면주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나, 액면주식과 무액면주식을 동시에 발행할 수는 없으며,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기발행된 액면주식을 무액면주식으로 전환하거나 무액면주식을 액면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상법 제329조) 다만 무액면주식을 선택하는 경우, 주식 발행가액의 1/2 이상의 금액을 자본금으로 계상해야 하며, 그 나머지 자본금으로 계산하지 않은 금액은 자본준비금으로 계상하여야 한다.(제451조 2항)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12월 28일,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상법 개정을 통해 1주의 최저액면금액을 종전의 5천원에서 100원으로 인하함으로써 무액면제도 도입을 위한 전단계로서 주식분할을 자유롭게 하여 자금조달의 편의를 도모한 바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1주의 금액을 100원, 200원, 500원, 1,000원, 2,500원, 5,000원의 여섯 가지 액면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무액면주식은 액면금액이 없으므로 액면미달 신주발행의 문제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신주의 발행가액만 존재하므로 기동성 있는 자금조달이 가능해지고, 자본감소나 주식분할·병합 등 주가관리를 용이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제도로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1912년 무액면주식이 처음 도입된 이후 액면주식과 무액면주식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1977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그리고 1994년에 모범회사법에서 액면주식 개념을 폐지하고 무액면주식으로 일원화하였으며, 세제상 이점을 위해 액면이 1센트에도 못미치는 저액면주식도 널리 발행되고 있다. 일본도 1950년 상법 개정시 무액면주식을 도입하여 액면주식과 병행하였으나, 2001년 10월 1일부터 액면제도를 폐지하고 무액면주식으로 통일하고 주식분할시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결의로 대체 가능토록 하였다.(일본 회사법 제183조 제2항) 홍콩은 2014년 3월 3일부터 회사조례 개정을 통해 액면주식 제도를 폐지하고 무액면주식으로 전환하였으며, 호주도 1998년 7월 1일부터 액면주식 제도를 폐지하고 무액면주식으로 전환하였다. 한편 독일은 액면주식제도만을 유지해오다가 1998년 3월 31일부터 주식법 개정을 통해 무액면주식을 도입하여 액면주식과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 증시에서는 실적이 좋은 기업의 경영자가 주식분할을 통해 거래량을 늘리고 보다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여 주주이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무액면주식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무액면주식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2012년부터 도입되었으나, 동 제도의 활용에 필요한 세부 규정들이 미비되어 있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무액면주식 발행은 전무하며, 한국거래소에 상장 중인 홍콩기업들과 소수 비상장기업만 발행하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기업의 자본이 명확하게 확정되고 공개되어야 한다는 액면가제도를 당연시 해옴에 따라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기업들이 무액면제도를 이용해서 주총 결의나 법원의 인가 없이 무분별한 증자시도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의 액면 개념은 더 이상 채권자 및 주주를 보호한다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 점차 통념화되고 있으며, 주식의 실질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기업가치 평가를 호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액면 개념을 버리고 무액면제도로 통합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주식분할 등 주식자본구조를 유연하게 설계하고 글로벌 경쟁에 임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2012년부터 도입된 무액면주식 제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동제도의 운용에 필요한 세부규정들을 정비하여 무액면주식에 대한 발행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도 무액면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것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제도정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무액면주식을 발행하는 기업이 주식분할을 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이사회결의로 대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액면주식과 무액면주식의 전환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데, 즉 액면/무액면주식의 전환비율이 1:1이 아닐 경우 단주처리에 대한 상법 규정을 무액면주식에 대하여 준용하도록 명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식소각, 병합, 분할에 있어서 무액면주식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서 기존 액면주식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이는 무액면주식의 도입 취지인 주식분할의 활성화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그밖에 무액면주식을 발행한 경우 주식배당이 가능하도록 상법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인수·합병 등에서 특수한 신주발행에 따른 자본금 및 자본준비금의 계상에 대한 기준을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자본금 감소도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법정준비금의 자본금 전입 시 굳이 신주발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